Review 2017 통영 국제음악제 

 

머나먼 길이다. 서울서 가려면 376km, 승용차나 버스로 4~5시간 이상 잡아야 하는 거리다. 
하지만 10년 넘게 봄과 가을이면 어김없이 통영행 차량에 몸을 싣는다. 윤이상음악제가 통영국제음악제로 이름을 바꾼 2002년부터 15년 가까이 매년 지속되어온 연례 행사다.
나를 기꺼이 먼 길로 이끄는 건 무엇일까. 물론 음악이 먼저다. 2013년 가을 개관한 통영국제음악당은 1천 3백석 슈박스 타입으로 근사한 음향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바다다. 멀리 보이는 물빛과 동그란 섬, 일렁이는 파도는 지루한 일상으로 채워진 도시에서 동경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도 향긋한 도다리 쑥국이 나그네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고소한 멍게 비빔밥과 복국, 신선한 해산물이 식사 시간을 기다리게 한다. 
올봄도 통영으로 달렸다. 3월 31일 금요일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를 주말에 돌아봤다. 

 

 

통영에서 처음 본 공연은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의 연주회였다. 4월 1일 3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윤이상 음악의 초서체 같은 낯선 음향으로 가득했다. 1992년 만년의 작품인 ‘클라리넷, 바순, 호른을 위한 트리오’ 비교적 알려진 작품인 1962년 ‘낙양(Loyang)’에 비해 메조소프라노 우르술라 헤세 폰 덴 슈타이넨이 노래한 베리오의 ‘민요’는 상대적으로 친숙한 무대였다.

휴식시간에 테라스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선박이 지나가는 광경을 무심히 바라봤다. 탁 트인 통영국제음악당의 풍경은 음악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2부 첫곡인 드뷔시의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에서 흩날리는 정중동의 흰색 커튼같은 사운드를 접하고 나니 1부에서 생경했던 윤이상의 음악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끝곡이었던 1976년작 ‘협주적 단편’은 좀더 과감히 낯선 숲 속의 안쪽까지 마음의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그래도 내게 윤이상의 음악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오후 9시 30분 다시 찾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빈 필하모닉 앙상블(Philharmonic Ensemble Vienna)의 공연이 열렸다. 13명 멤버 전원이 빈 필 단원으로 구성된 이들은 일본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후원을 받으며 ‘도요타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리더는 바이올리니스트 슈켈첸 돌리다. DG에서 음반으로 나왔던 ‘더 필하모닉스’의 멤버이기도 했다. 현악 4중주 구성에 더블베이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트럼펫, 2대의 호른, 타악기로 구성됐다.  

 

첫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 서곡부터 깜짝 놀랐다. 불꽃놀이처럼 터진 총주에서부터 빈의 전아함이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눈을 감고 들으면 13명이라는 숫자를 믿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사운드는 탄력 있고 풍윤했다. 

빈 특유의 2박째를 당기는 싱커페이션 리듬은 모방할 수 없는 전매특허였다. 현악 4중주의 완벽한 앙상블에 베이스의 저음, 목관과 금관의 아기자기함을 덧붙인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줬다. ‘사냥 폴카’의 유쾌함, ‘빈 기질’ 왈츠가 자아낸 향수에 이곳이 통영인지 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2부에서도 ‘가속도 왈츠’의 아찔함, ‘트리치 트라치 폴카’의 깨알같은 수선스러움, 브람스 헝가리 춤곡 6번의 밀고 당기기로 청중들을 매혹시켰다. 음악회에서 여러 단체의 연주로 흔하게 들었던 ‘피치카토 폴카’도 이들이 연주하니 격조가 달랐다. 압권은 ‘남국의 장미’였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한 송이 꽃처럼 세부를 살린 ‘제대로 된’ 해석이었다. 앙코르로 연주한 ‘아리랑’의 연주도 남달랐다. 구성진 성격은 가라앉고 멜로디의 아름다움만 살포시 떠오르며 우리의 선율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믿고 들었던 호른, 바이올린과 플루트의 황홀한 고음은 공연이 끝나도 아른거렸다.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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