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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터의 활 끝에서 탄생한 모차르트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신동이라는 말을 들으며 화려하게 데뷔하는 연주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까지 발전을 거듭하며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연주자로 활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많은 신동 연주자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금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보면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Anne-Sophie Mutter)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그녀는 13세에 나이에 화려하게 데뷔한 신동, 이른바 분더킨트(Wunderkind)의 전형임과 동시에 50세를 훌쩍 넘긴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연주력을 유지하며 연주자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음악활동을 넘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젊은 현악 연주자들 후원하고 있는데, 그런 무터를 오늘날 바이올린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무터의 나이 15세인 1978년에 녹음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5번 음반은 무터의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녹음이자 그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인 카라얀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카라얀은 1976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을 연주하며 무터와 처음 조우한 이후 그녀의 재능에 반해 꾸준히 협업을 이어갔다. 말하자면 카라얀은 무터의 초창기 커리어를 형성함에 있어서 큰 도움을 준 장본인인 셈이다.

그런 카라얀이 지휘를 맡은 모차르트 협주곡 3번과 5번이라면 어린 신동 바이올리니스트의 첫 음반에 수록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이 두 작품은 모두 모차르트가 19세의 풋풋한 청년이었던 1775년에 작곡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바이올린 전공생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공부하게 되는 기본적인 협주곡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은 15세의 무터가 연주한다는 점과 맞물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단순히 어린 연주자가 대 작곡가의 청년 시절 작품을 연주했다는 ‘풋풋함’만으로 이 음반이 매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귀로는 그리 어렵게 들리지 않는 모차르트의 작품이지만 막상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음악적 이해와 통찰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차르트가 3, 5번 협주곡을 완성한 1775년은 10대의 나이임에도 작곡 테크닉적인 면에서 이미 완성단계에 올라 있던 시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련한 연주자라 하더라도 이 곡들을 완벽히 표현해 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무터는 이 음반을 통해 15세라는 나이에서 오는 풋풋하고 청량한 음색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음악적으로 빈틈 없이 치밀한 연주를 보여주며 그뤼미오나 오이스트라흐 같은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남긴 음반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또한 간혹 카라얀이 지휘하는 협주곡 음반에 대해 독주자가 묻힐 정도의 과한 오케스트라 존재감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과는 달리 이 음반에서의 카라얀은 독주자를 충실히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배려심 넘치는 ‘아저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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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이 펼쳐 보이는 러시아 음악의 진수

카라얀이 세상을 떠난 지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도 클래식 음악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것에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을 오랜 기간 이끌었다는 점, 수많은 음반과 영상물을 제작하여 클래식의 범세계적 유통을 본격화 시켰다는 점 등도 이러한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역시 바로크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소화한 지휘자였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카라얀이 러시아 레퍼토리에 대해 쏟는 관심과 그 완성도는 당시 서유럽권 다른 어떤 지휘자와 비교해도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콥스키부터 무소르그스키, 보로딘, 프로코피예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까지 카라얀이 음반으로 남겨놓고 있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은 콘드라신과 므라빈스키 같은 구 소련의 전설적인 지휘자들이 펼쳐놓은 해석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라얀이 지휘한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5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담고 있는 이 음반은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먼저 수록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을 살펴보자. 이 작품은 프로코피예프의 모든 곡들 중에서도 특히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던 1944년에 완성하여 1945년에 초연된 이 곡에 대해 작곡가인 프로코피예프는 “자유와 행복을 지닌 인류, 그리고 그들의 순수하고 고귀한 영혼을 위한 찬가”라는 말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작곡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고 또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당시 소련 정부는 2차 대전에서의 승전을 기념하는 선전용 작품으로 활용했다. 프로코피예프가 사상적인 비판을 받으며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으로는 1913년 초연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이 담겨있다. 이 작품의 초연이 서양 20세기 예술사에 있어서 유례없는 해프닝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워낙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시의 청중들이 폭동에 가까운 야유를 보냈던 것에는 그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에 대한 낯설고 불편한 느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봄의 제전>은 기존의 서양음악과 달리 리듬적으로 매우 불규칙하며 정도를 벗어난다. 또한 극단적이고 거친 음향으로 인해 원시적인 느낌까지 진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과 소리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봄의 제전>은 소음보다 음향적인 쾌감에 더 가깝다.

이 두 곡은 각각 1968년과 1977년에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연주로 녹음되었는데 카라얀은 1960~70년대가 자신의 최전성기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곡 모두에서 최적의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익살스러우면서도 냉소적인 러시아 작품 특유의 요소들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으며 휘몰아치듯 몰아치는 피날레 역시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기능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오케스트라의 존재는 카라얀을 더욱 든든하게 뒷받침해준다.

관련 앨범들

Album Release Date Label Spec(bit/kHz)
Mozart: Violin Concerto No.3 In G, K.216; Violin Concerto No.5 In A, K.219
Anne-Sophie Mutter,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2017-08-11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MQS24/96
Prokofiev: Symphony No.5 In B-Flat, Op.100 / Stravinsky: Le Sacre du Printemps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2017-08-11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MQS24/96
Respighi: The Fountains Of Rome, P. 106; The Pines Of Rome, P. 141; Ancient Airs And Dances - Suite III, P. 172 / Quintettino Op.30 No.6, G.324 / Albinoni: Adagio In G Minor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2017-08-11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MQS24/96
Brahms: The Four Symphonies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2017-08-11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MQS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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