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브릿 어워드가 끝난 후,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어반(Urban) 시상 분야가 따로 존재하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다른 장르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음악을 “장르 분류로 이해”하는 브릿 어워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어반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기에 카니예는 흥분했던 것일까? 어반이란 용어가 사용된 역사와 현재의 어반의 바운더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 번 살펴보자.

 

어반(urban)은 ‘도시의, 도시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일반적으로 세련되고 발전된 도시를 긍정하는 뉘앙스를 갖는다. 따라서 어반 뮤직은 ‘세련된 도시 분위기의 음악’이란 의미가 된다. 영어권 대중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어반’이라는 단어가 붙는 스타일의 음악은 꾸준히 존재했다. 남부의 노예들을 달래주던 블루스(Blues)가 1950년대, 도시로 이주해 온 흑인들의 도시 생활을 그린 것이 어반 블루스다. 당연히 어반 블루스는 전기 악기로 구성된 현대적 사운드와 세련된 편곡이 돋보였다. 1960년대, 밥 딜런(Bob Dylan)은 뉴욕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정을 차가운 포크(Folk) 스타일로 노래했다. 그 음악은 흙냄새 나는 노동자의 삶을 민요에 맞춰 읊어대던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포크 전통을 뛰어넘는 세련된 창작물이었다. 어반 포크의 시작이었다. 1970년대, 가스펠(Gospel)의 무거움을 벗어던진 매끈한 모양새의 소울(Soul)이 등장했다. 이 음악들에겐 스무드 소울(Smooth Soul), 콰이엇 스톰(Quiet Storm), 어반 소울, 등의 이름이 붙여졌다. 재밌는 것은 어반 포크가 시작되면서 포크가 중요한 팝의 장르로 부상했고, 어반 블루스와 어반 소울에 이르러 백인 청자(주류 팝의 소비자)들의 주목을 얻어냈다는 점이다.

 

현재 어반으로 통칭되는 음악은 직/간접적으로 1970년대의 어반 소울과 연관되어 있다. 어반 소울은 대부분 감미로운 발라드와 부드러운 리듬이 중시되었다.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 빌 위더스(Bill Withers), 등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발라드는 1980년대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흑인 특유의 육감적인 발성과 늘어지는 듯한 그루브는 산뜻하고 포인트를 강조하는 창법과 가벼운 리듬으로 대체되었다. 1985년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데뷔작은 어반 소울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아티스트보다는 프로듀서-작곡가가 주도했고, 백인 청중들에게도 크게 어필했다. 결과적으로 흑인 음악만을 다루는 알앤비(R&B)차트 뿐 아니라, 팝(Pop, 가장 많이 방송되고 팔리는 노래의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에도 등장하는 흑인 뮤지션은 점점 늘어갔다. 백인의 입장에서 이 노래들은 흑인 음악이면서도 자신들의 정서에 거슬리지 않는 매력 - 도회적이고 세련되었다고 말하는 -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어반’이란 용어는 점차 일반화되었다.

 

어반에는 발라드 뿐 아니라, 새로운 경향의 흑인 댄스 음악도 포함되었다. 어반 스타일의 댄스곡은 훵크(Funk)-디스코(Disco) 리듬에 기초하고 있지만, 흑인색은 엺어진 모습을 띠고 있다. 단적인 예로 1983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eat It'을 들 수 있는데, 이 곡에는 타이트한 디스코 리듬 위로 헤비메탈(Heavy Metal)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의 연주가 등장한다. 마이클 잭슨은 이 곡이 담긴 [Thriller]음반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팝의 황제로 등극한다. 또한 프린스(Prince)는 매우 끈적한 리듬위에 1980년대 영미 대중음악계의 화두인 하드 록/헤비메탈을 적절히 차용했다. 초기 어반은 1980년대 팝 차트에 등장한 흑인 음악(Contemporary R&B)을 부르는 용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어반이 백인으로 청자를 늘려나가는 동안, 흑인 젊은이들 사이에선 흑인의 정체성을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음악을 분해(Sample)하고 재조합(Remix)하여 리듬을 만들고 그 위에 산문적인 가사를 읽어나가는(Rap) 새로운 형식 - 힙합(Hip Hop)이 등장한 것이다. 1980년대 중, 후반 힙합퍼들은 가사를 통해 흑인들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한편 백인들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힙합퍼들의 공격 대상에는 백인들의 취향에 맞게 고쳐진 흑인 음악 - 어반도 포함되어 있었다.

 

런 디엠씨(Run DMC)의 성공을 통해 힙합/랩 형식이 흑인 이외의 팬들을 얻기 시작하자 또 다른 움직임 - 어반의 팝적인 감각에 랩을 얹은 새로운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 바로 그것인데, 바비 브라운(Bobby Brown), 엠 씨 해머(M.C. Hammer) 등이 이러한 스타일로 1990년대 초반 커다란 인기를 얻는다. 틴팝(Teen Pop)은 당대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을 십대들의 취향에 맞게 조합하는 음악이다. 당시 최고의 틴팝 스타였던 뉴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음악이 어반 스타일의 가벼운 댄스와 뉴 잭 스윙 풍의 랩이 곁들여진 노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흑인 음악인 어반은 가장 대중적인 주류 음악으로 성장한 것이다.

 

1990년대 미국 주류 음악(그리고 팝 차트)에서 현저하게 자취를 감춘 록 음악(헤비메탈과 그런지(Grunge) 양자 모두)을 대신하여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우뚝 선 것이 흑인 음악이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흑인 음악은 영미 주류 대중음악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제공 - 초기 알앤비가 록큰롤에, 어반 블루스는 하드 록의 기폭제가 된 것과 같이 - 해왔다. 물론 그 동안도 간간히 흑인의 노래가 팝 차트에 등장하긴 했다. 그러나 팝 차트 전체가 흑인 음악으로 (거의) 도배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근래의 일이다. 자넷 잭슨(Janet Jackson)과 토니 브렉스턴(Toni Braxton)에서 베이비페이스(Babyface)를 거쳐 알 켈리(R. Kelly), 어셔(Usher)에 이르는 흑인 가수들은 대표적인 팝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어반이 등장하면서 가시화 된 현상이다. 따라서 흑인 음악의 성장과 함께 그 기폭제가 되었던 어반은 자연스럽게 현대 흑인 음악을 통칭하는 단어로 확대-일반화되어 쓰여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어반이 어떤 식으로 성장했고 자리 잡게된 용어인지를 살펴봤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카니예 웨스트의 불만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팝/메인 스트림이라는 명칭은 특정 장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음악에게 주어지는 호칭임을 잊지말자. 팝 차트에서 최고에 등극한 음악이 어반/알앤비라면 이 노래는 알앤비 차트에서도 최고의 곡이고, 팝의 최고가 록이라면 이 노래 역시 록 차트에서도 1위이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브릿 어워드는 당대의 대중음악(Contemporary Pop Music) 최고의 아티스트를 카니예로 선정하면서 어번의 수상자를 다르게 선정했다. 이 결과는 브릿 어워드가 같은 스타일의 음악도 부르는 사람(의 인기, 나아가 피부색)에 따라 아예 다른 장르로 인식하는 듯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카니예의 발언은 결국 브릿 어워드를 빗대어 백인들의 흑인 음악과 팝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관련 앨범들

Album Release Date Label Spec(bit/kHz)
Where There's Smoke...
Smokey Robinson
1979-05-29 Motown
MQS24/192
Just As I Am
Bill Withers
1971-05-01 Columbia
MQS24/96
Whitney Houston
Whitney Houston
1985-04-29 Arista Records
MQS24/96
Thriller
Michael Jackson
1982-11-30 Epic
MQS24/96
Purple Rain Deluxe [Expanded Edition]
Prince
2017-06-23 Warner Bros.
MQS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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