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들어가기 전 걸음이 멈춰질 수밖에 없는 곳. 잠시간의 호흡을 가다듬게 만드는 그 곳에 들어가 보면 알게 된다. 보고 듣는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연남동에 자리한 독립 서점 ‘라이너 노트’는 ‘이 곳에 서점이 있을까’ 싶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공간에서 과연 음악이 퍼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아담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 서점 ‘라이너 노트’와 음반 해설지 ‘라이너노트’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공간, 음악서점 ‘라이너 노트’

 

음반과 서점이 함께 하는 ‘라이너 노트’는 음악 카테고리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책과 음반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라이너 노트’는 팝과 재즈 전문 레이블 ‘페이지 터너’에서 기획해서 관리·운영하고 있다. 연주자의 연주가 끊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뜻하는 ‘페이지 터너’와 ‘라이너 노트’는 상이하면서도 연결이 자연스러운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라이너 노트’의 독특한 로고는 피아노 건반과 문단(패러그래프)를 형상화했으며, ‘음악과 글’이라는 키워드를 함축적으로 담아서 제작되었다.

 

최초 ‘라이너 노트’는 ‘마이크로 시어터’로 운영하려 했다. 음반과 책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변형된 ‘라이너 노트’는 대형 서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책들이지만, 보다 더 디테일을 늘려서 공간 안에 흩뿌려 놓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청음 코너 역시 같은 취지가 고르게 묻어나는 류의 음반과 트랙, 시스템으로 구성시켰다. ‘라이너 노트’의 청음 공간은 주공간만큼 아담하며, 무엇보다 아날로그적인 기운이 강하게 묻어난다.

 

청음 공간에서는 원하는 앨범을 직접 들어보고, 또 구매할 수 있다. 파일이 대세가 된 즈음에 ‘라이너 노트’의 청음 공간에는 CD와 LP, 카세트 테이프, 그리고 MD 시스템까지 구비되어 있다. 혼자서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때로는 함께 온 이들과 나란히 앉아서 같은 곡을 들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어릴 적 집 한 구석에 자리했음직한 오디오로 듣는 음악의 감흥은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주말의 ‘라이너 노트’에서 특별한 음의 향으로 전달된다.

해설, 음반 가이드 ‘라이너노트’

 

사전 상 ‘라이너노트’의 의미는 ‘음반의 감상을 돕기 위해 앨범 내에 함께 실리는 해설’을 의미하며, 해당 앨범에 가장 정통한 평론가나 전문가가 주로 작성한다. 라이너노트의 원고 분량은 특별한 원칙이 없지만, 보통 원고지 10매에서 30매 이내로 구성된다. 라이너노트의 원고료는 작게는 10만원에서 30만원 사이이며, 이는 작성자의 연륜과 평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또한 원고를 맡긴 곳의 재정 상태와 기획의 정도에 따라 더 많은 원고료가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국내 직배사와 몇몇 음반사의 경우 20여 년 전 라이너노트 원고료 단가가 지금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일부 평론가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여러 장르에 걸쳐서 작성되고 수록되는 라이너노트는 일편 ‘해설지’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심야 방송 DJ 전영혁이 작성한 블랙 사바쓰(Black Sabbath) 출신의 보컬리스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Tribute] 앨범 해설지는 아직까지도 전설의 해설지로 기억되고 있다.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Randy Rhoads)의 죽음을 마주한 전영혁의 안타까운 감성과 랜디 로즈의 음악에 대한 해석이 함께 실린 이 라이너노트는 이후 후배 평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글 말미에 자리한 ‘랜디는 무지개 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라는 표현은 라이너노트가 굳이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해설로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는 전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중반부터 앨범 내에 실리기 시작한 라이너노트는 주로 음악평론가들이 작성해 나오고 있으며 평론가들의 등용문과도 같은 기능을 지니고 있다. 경인방송의 ‘한밤의 음악여행’을 진행하는 DJ 성우진(前 핫뮤직, 뮤직랜드, 서브 편집장)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뒤로 하고 메탈리카(Metallica)의 4집 앨범 [...And Justice For All]의 라이너노트를 작성하며 음악평론가로 데뷔를 이루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라이너노트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고해상도 음원 서비스 ‘그루버스’가 존재하며, 이곳에서는 여러 평론가들이 작성한 다양한 라이너노트를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 라이너노트 페이지 바로가기)

 

라이너노트라는 의미있는 용어를 브랜드로 선택한 연남동의 작은 서점 ‘라이너 노트’, 이곳에 구비되어 있고, 또 직접 가지고 가서 들으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몇 곡의 음악을 추천한다. 

 

박성연 ‘바람이 부네요’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는 자신의 음악이 시작되었던 클럽 ‘야뉴스’를 기억하며 피아니스트 임인건이 선배 뮤지션들과 함께 완성한 앨범이다. 이 앨범에는 뉴에이지와 일레트로닉과 관련된 여러 실험적인 노선을 걸어왔던 임인건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 말로와 웅산, 이원술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수록곡 가운데 박성연이 일반인 70여 명 등과 함께 부른 ‘바람이 부네요’는 애수와 희열이 함께 하는 재즈 보컬의 명곡으로 ‘라이너 노트’ 창가에 비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듯 아련하다.

 

모차르트 ‘Come Scoglio Immoto Resta’, 심수봉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김추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 ‘코지 판 투테(Così Fan Tutt. 여자는 다 그래)’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와 함께 모차르트의 3대 희극 오페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세 작품이 갖는 특이점은 대본을 모두 시인이자 오페라 작가인 로렌 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썼다는 점이다. 2막으로 구성된 ‘코지 판 투테’는 눈앞에서 유혹을 마주한 주인공 중 한 명이 부르는 아리아 ‘폭풍우에도 꿋꿋한 바위처럼(Como Scoglio Immoto Resta)’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곡을 마주하다 보면 두 곡의 대중가요가 동시에 연상된다. 하나는 심수봉이 부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이며, 다른 한 곡은 김추자가 노래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이다. 심수봉의 노래는 ‘코지 판 투테’와 반대의 경우인 ‘남자는 다 그래’라고 노래했으며, 김추자는 ‘폭풍우에도 꿋꿋한 바위처럼’보다 더 순수하고 유쾌하게 믿음을 지닌 사랑을 노래했다. 여러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으로 매만지는 음반과 책이 함께 하는 ‘라이너 노트’에 모차르트와 심수봉, 김추자만큼 어울리는 음악은 또 없을 거라 생각된다.

 

한영애 ‘제주도’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한영애는 1976년 해바라기 멤버로 음악계에 등장했다. 그녀의 2집 앨범 [바라본다]와 4집 앨범 [불어오라 바람아]는 대중음악전문지 서브가 선정한 ‘한국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서 각각 33위와 48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영애의 음악은 그녀가 거쳐 왔던 그룹 해바라기와 신촌블루스처럼 포크와 블루스의 조합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연극계를 오가던 중 빠진 소울과 록 역시 한영애 음악의 저변을 마련했다. 1986년 한영애의 솔로 앨범 [여울목]과 시인과 촌장과 함께 스플릿 형식으로 제작된 [시인과 촌장/한영애]에 수록된 ‘제주도’는 한영애의 블루스 필이 가득한 가창이 우선 돋보이는 곡이다. 지금보다 탁하고 정제되지 않은 스타일까지 엿보이는 ‘제주도’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가사가 특히 매력적인 넘버이다. 

 

: 이 글은 <월간 블루진>에 게재된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관련 앨범들

Album Release Date Label Spec(bit/kHz)
한영애 1집
한영애
1986-01-01 케이앤씨뮤직
CD
Mozart: Così Fan Tutte (Highlights)
Teodor Currentzis
2015-10-09 Sony Classical
MQS24/192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Janus, The reminiscence)
임인건
2016-08-31 페이지터너 뮤직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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